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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 향비파 / 미카제 아이x현비파 (노래의 왕자님) / @_AixBipa ]

 

 

 

아이는 자신의 앞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레이지를 보았다. 대체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건지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. 사실 레이지가 하는 말의 태반은 그에게 있어선 이해 불가능인 것들이었으며, 바보 같은 것들이 많았다. 그것은 물론 지금도 변함은 없었다. 그는 한숨을 뱉었다.
 
 “왜 그런 걸 레이지한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?”


 “사랑스러운 커플이 이런 이벤트를 어떻게 보내는지는 모두가 알고 싶어지는 법이잖아?”


 “그런 말 들어본 적도 없어.”


 “그러지 말고, 아이아이~. 얘기해줘~.”


 “시끄러워, 레이지.”
 
 끈질기게 매달리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. 손에 잡은 펜으로 다시 종이 위에 가사를 적기 시작했다. 그러자 레이지가 훌쩍거리며 말했다.

 

 “너무 매정해, 아이아이.”


 “레이지야말로 얼른 작사하지 그래? 이제 1시간 남았잖아?”


 “난 이미 다 끝냈다구!”


 “그럼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어. 작사하는 사람 방해하지 말고.”


 “너무해! 난 그냥 아이아이랑 비비쨩이랑 여전히 러브러브한지 궁금했던 것뿐인데! 오늘 화이트데이니까!”


 “그런 걸 두고 쓸데없는 참견이라는 거야.”

 

 다시 한 번 앞에서 울리는 칭얼거림을 가볍게 무시하고, 아이는 다시 종이로 시선을 돌렸다. 


 레이지가 말한 화이트데이 이벤트라면, 그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이미 잘 챙겼다. 분명 비파는 마감에 치여서 새까맣게 잊어버렸겠지만, 발렌타인 때 받았던 초콜릿에 대한 답변을 하고 싶었다. 화이트데이가 그걸 위해 있는 것이라는 말을 일주일 전에 레이지에게 들었기 때문이었다.


 어제 박사에게 찾아갔을 때, 오늘 바로 그 상자를 전해줄 것을 부탁했었다. 화이트데이 당일인 오늘은 도저히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. 작업실에도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은 스케줄의 산을 보고, 아이는 일부러 어제 스케줄 사이에 주변 과자 가게를 찾아갔다. 단 것들이 진열되어 있는 코너에 갔으나,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 탓인지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.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비파가 사탕을 그렇게 즐겨먹는 편이 아니란 점이었다. 사탕뿐만 아니라 단 것 자체를 그렇게 즐기지 않았다. 그래서 종류나 양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.


 비파는 입맛이 굉장히 담백해서 자극적인 양념이나 당분과는 거리가 멀었다. 그나마 초콜릿은 조금 찾는 편이었고, 사탕은 포도맛이나 오렌지맛으로 한 둘 정도 먹는 정도일 뿐이었다. 그래서 초콜릿으로 준비해 주려고 했건만, 박사가 그러면 로망이 없지 않으냐는 말을 했다. 대체 왜 그런 작은 부분에서 로망 같은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을 찾는지 알 수 없었다. 그러나 화이트데이는 발렌타인의 답을 하는 날이니, 그 풍습에 충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말에는 동의했다. 그래서 사탕을 고르게 된 것이었다.


 택배는 날짜를 지나칠 가능성이 있고 배달 서비스를 시키기엔 얼굴을 알아볼 위험이 다분했기 때문에, 아이는 자신이 고른 사탕 상자를 박사에게 부탁했다. 잘 전해졌다면 좋겠다. 박사를 누구보다도 믿고 있지만, 일이라는 것이 모두가 계산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. 항상 이레귤러는 발생했고, 그것을 대처하고 처리하기 위한 방편을 둘 셋 정도는 마련해두었다. 박사가 전해주지 못할 가능성을 대비해서 준비해둔 여러 대책을 떠올리는데,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. 작사를 하던 펜을 놓고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.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과 발신자를 보자마자 아이는 그것에 집중했다.
 
 [아이.


 잘 받았어요.
 오늘이 화이트데이라면서요? 전혀 모른 채로 있다가 방금 전에 박사님께서 보내주신 배달 서비스를 받고 알았어요. 일부러 포도맛 사탕을 고른 거죠? 편지도 잘 읽었어요. 정말 고마워요.


 오늘 많이 늦나요? 사탕, 남겨두고 있을 테니까 같이 먹어요.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어요. 이런 말, 항상 쑥스러워서 잘 못하지만, 오늘은 특별하니까 말할게요. 사랑해요, 아이.


  비파로부터.]

 

 메일과 함께 보내온 사진에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웃으며 상자를 손에 든 비파가 찍혀있었다. 아이는 그 모습을 메모리에 담고자, 한참을 바라보았다. 자신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, 이미 레이지를 비롯해서 같은 대기실에 있었던 란마루, 카뮤 모두가 그것을 보고 말았을 때였다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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